독자는 기사가 아니라 느낌을 기억한다
뉴스레터를 닫은 후 독자가 기억하는 건 무엇일까? 기사 제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 남는 건 따로 있다. '이 미디어는 뭔가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이 느낌이 바로 브랜드 톤이다.
미디어의 이름도 로고도 바뀌거나 리뉴얼할 수 있다. 그런데 톤은 다르다. 쌓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자리 잡으면 쉽게 독자의 마음속에서 변하지 않는다. 소규모 온라인 신문사를 창업하는 사람이라면 이걸 먼저 이해해야 한다. 특히,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신뢰와 명확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브랜드 톤은 독자에게 인상을 만드는 핵심 도구다.
니치 미디어의 브랜딩과 퍼스널 미디어화
#1. 브랜드 미디어의 시대← 현재글
#2. 미디어 말투와 시각 정체성 설정(예정)
#3. 저널리스트 개인 브랜딩 전략(예정)
#4. SNS·뉴스레터·영상 채널 통합(예정)
#5. 브랜드 협업 위한 미디어 네이밍·스토리(예정)
#6. 로열 팔로워 만드는 커뮤니티 퍼스널 브랜딩(예정)
#7. 퍼블리셔 브랜드 장기적 비전 문서화(예정)
뉴닉이 증명한 것: 톤이 곧 커뮤니티다
국내뉴닉은 딱딱한 뉴스를 '고슴이'라는 캐릭터의 입으로 전달한다. '~했거든요', '~이라는 거 알고 있었어?' 같은 말투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낯설 수 있지만 이 톤이 바로 뉴닉의 정체성이다. 뉴닉 창업자 김소연 대표는 '뉴닉은 브랜딩으로 승부한다'라고 밝혔다. 공동창업자 다음으로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미디어가 브랜드로 소비되는 형식을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뉴닉의 뉴스레터 구독자는 63만 명, 앱 포함 110만 명이다. 앱스토어 뉴스 차트 다운로드 수 2위를 기록했다. 뉴닉만의 톤이 없었다면 이 숫자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독자들은 뉴닉의 기사를 읽는 게 아니다. 뉴닉답게 쓰인 이야기를 소비한다.
어피티가 보여준 것: 톤이 수익을 만든다
어피티(Uppity)는 '2030 여성을 위한 경제 미디어'로 출발했다. 어렵고 딱딱한 경제 뉴스를 친구처럼 쉽게 풀어주는 게 핵심이다. '월급은 받는데, 어떻게 관리하지?'라는 독자의 고민을 고객 언어 그대로 가져왔다. 어피티는 구독자 30만 명까지 별도의 마케팅 없이 성장했다. 브랜드 비전인 '2030이 돈 앞에서 당당하게!'가 톤 전체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현재 어피티의 대표 뉴스레터 '머니레터'는 4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미디어로 성장했다. 어피티의 수익은 광고에서 나온다. 하지만 광고주가 어피티를 선택하는 이유는 트래픽 숫자가 아니라 어피티 독자와 '연결되는 느낌' 때문이다. 브랜드 톤이 미디어의 매체력을 만든 것이다.
톤은 어떻게 만드는가
처음 미디어를 창업하는 사람들은 '일단 좋은 기사부터 쓰자'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콘텐츠 품질은 중요하다. 그런데 좋은 기사와 브랜드 톤은 별개다.
1단계: 독자를 한 명으로 좁힌다
'30대 직장인'처럼 독자를 설정하면 안 된다. '서울에 사는 33살 마케터, 경제 뉴스는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매번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처럼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 사람에게 말을 걸듯 쓰면 톤이 생긴다.
2단계: 말투를 고정한다
반말, 존댓말, 친근체, 전문가 어조 중 하나를 택한다. 글마다 다르면 안 된다. 뉴닉은 언제나 친근한 반말체다. 어피티는 격식 있지만 따뜻한 존댓말이다. 일관성이 곧 신뢰다. 일관된 브랜드 톤을 유지하는 미디어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고객 충성도가 최대 23%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3단계: 하지 않을 것을 정한다
좋은 톤은 무엇을 '하는가'만큼 무엇을 '하지 않는가'도 중요하다. 어피티는 공포 마케팅을 쓰지 않는다. 뉴닉은 특정 정치 성향으로 기울지 않는다. 그 기준이 독자의 신뢰를 지킨다.
브랜드 톤이 없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2024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신문사의 66.9%가 매출 1억 원 미만의 영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숫자가 왜 이렇게 높을까? 물론 시장 구조의 문제도 있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소규모 온라인 신문사는 '이름'은 있지만 '톤'이 없다. 독자는 그 미디어를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하면 구독하지 않는다. 구독하지 않으면 수익이 없다.
반면 뉴닉과 어피티는 처음부터 톤을 설계했고 그 결과 독자가 팬이 됐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지금 막 온라인 신문사 창업을 준비 중인 독자라면 혹은 이미 창간했지만 트래픽이 제자리라면 이것 하나만 해보길 권한다.
지금까지 발행한 글 5개를 다시 읽어보자. 그리고 아래 질문에 답해보자.
'이 글들에서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느껴지는가?'
느껴진다면, 이미 톤의 씨앗이 있는 것이다. 느껴지지 않는다면 지금이 톤을 설계할 때다. 이름은 나중에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독자의 기억에 남는 '느낌'은 오늘 쓰는 문장에서 시작된다.
브랜드 미디어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독자는 정보를 소비하는 동시에 미디어를 '경험'한다. 그 경험의 핵심이 톤이다. 뉴닉은 고슴이의 말투로 어피티는 친구 같은 경제 언어로 수십만 구독자를 모았다. 소규모라도 시작할 수 있다. 오히려 작을수록 일관된 톤을 유지하기 쉽다. 이름보다 톤이 남는다. 그리고 그 톤이 결국 수익을 만든다.
다음 글에서는 미디어의 말투와 시각 정체성 설정하기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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